남태평양/호주
겨울에 만나는 여름의 휴양섬
호주 프레이저 아일랜드
호주 북동부에 자리한 '선샤인 스테이트' 호주 퀸즐랜드. 퀸즐랜드의 '간판' 도시인 골드코스트, 브리즈번에서도 이곳에서도 다시 배를 타고 30여분을 바다로 나아가면 세상에서 가장 투명하고 푸른 바다와 반짝이는 백사장을 접할 수 있다.
아름다운 자연의 매력을 십분 체감할 수 있는 퀸즐랜드의 프레이저아일랜드는 세계 최대의 모래섬이라는 수식어로도 잘 알려져 있다. 호주 대륙 전체로 봤을 때는 미미할 정도로, 크지 않은 규모의 섬 안에 열대우림, 호수, 하천, 풀장까지 고루 갖췄으니, 그야말로 모든 것을 다 지닌 보물섬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겠다. 광활한 사막을 연상케 하는, 끝없이 펼쳐진 새하얀 모래밭과 푸른 바다, 하늘이 어우러진 풍광은 그림엽서에서 그대로 빠져나온 듯, 비현실적일 만큼 아름답다.

섬 전체가 순수하게 모래로만 이루어져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을 만큼 자연적 가치를 인정받은 프레이저아일랜드는 푸른 바다는 물론이려니와 울창한 열대우림, 드넓은 모래언덕, 바다만큼 넓은 호수 등 상상할 수 있는 자연의 모든 요소를 발견하고, 누릴 수 있다.
백사장과 투명한 물, 관목들이 그림같은 전경을 완성하는 베이신 호수. 사람들은 어느덧 하나 둘씩 옷을 벗어들고 호수 안으로 들어가 수영을 하거나 모래밭에서 선탠을 즐긴다. 새하얗다 못해 투명하리만치 반짝이는 모래는 베이신 호수의 트레이드마크로, 입자가 유독 부드럽고 곱기 때문에 금, 은과 같은 장신구를 닦을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호수와 인접한 열대 우림에서는 왕굴바 하천, 파일 밸리 등지에는 선명한 녹색을 띠는 양치식물, 최대 50m 높이를 가뿐히 넘는 거대한 고목, 졸졸 흐르는 계곡을 따라 서식하는 각종 야생동물들을 접할 수 있어 진정한 에코 투어라 부를 만하다. 투어에 동행하는 가이드가 주변 자연환경에 대한 간단한 역사 및 정보를 설명해 주어 더욱 인상적이다.

베이신 호수의 색이 녹색이라면, 연이어 만날 수 있는 또다른 호수, 맥켄지의 색깔은 파랑이라 하겠다. 바다라고 해도 무색하지 않을 만큼 푸른 호수와 하얀 모래밭이 어우러져, 완벽한 피크닉 장소의 밑그림을 완성한다. 프레이저아일랜드의 대표적인 야생동물로 손꼽히고 있는 딩고 역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점 역시 흥미롭다.

4륜 구동을 타고 향하는 첫 번째 목적지는 엘리 하천이다. 엘리 하천으로 향하는 드라이브 길은 무려 75마일에 걸쳐 이어져 있다는 아름다운 해변도로, 75마일 비치. 콘크리트 한 점 찾아볼 수 없는 자연 모래밭이지만 엄연히 교통경찰이 제한속도를 체크하고, 음주운전 단속까지 버젓이 이뤄지는 엄연한 도로이다. 수심이 낮은 해안가에는 차를 세워두고 해변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도 종종 눈에 띈다. 해변을 약 20여 분 남짓 달리면 프레이저아일랜드의 또다른 명소인 엘리 하천에 다다를 수 있다. 아침부터 태양이 작열하는 무더위 속에서도, 서늘하게까지 느껴지는 하천 부근은 가히 피서의 명당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 길게 뻗은 판자길을 따라 산책하기에도 그만이다.

프레이저아일랜드의 명물 중 하나로 손꼽히는 마헤노 난파선도 꼭 한번 찾아볼 만하다. 1935년 당시 태풍으로 난파되어 이곳 해변으로 쓸려온 이 배는 세계 1차대전에도 참전한 경력이 있는 선박이다. 티 한 점 찾아볼 수 없는 흰색에서부터 다종다양한 무지개색에 이르기까지, 팔색조의 매력을 자랑하여 이름지어진 모래언덕 컬러드 샌즈에서는 완만한 능선을 이루는 모래밭에서 미끄럼틀을 타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오경연
여행을 테마로 글을 쓰고 사진을 찍어 온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여행 중인 생활여행자. '출국'과 'The Days of Wine and Roses'를 들으며 낯선 공간을 헤매는 것을 즐긴다.
